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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일 부활 제5주간 수요일

5월2일 [부활 제5주간 수요일]

요한 15,1-8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지중해를 낀 남부 유럽이나 근동지방을 지나다보면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농장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일조량이 많은 지역이니만큼 포도를 많이가꾸는데, 그 규모가 얼마나 방대한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습니다.

여름에 접어들면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아래 끝도 없이 줄지어선 포도나무에는 가지가 휠 정도로 탐스런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포도농장들은 대체로 기업처럼 운영됩니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아직도 어떤 농부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포도주를 담급니다.

저도 언젠가 한 농가에서 일손을 도와주었는데, 묵은 포도주를 마셔가며, 안주로 신선한 포도를 먹어가며, 흥얼거리면서 새 포도주 만드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병에 주입된 포도주들은 서늘한 지하 저장 창고에 보관됩니다.
거기 들어가 보면 별의 별 것이 다 있습니다.
커다란 돼지 다리 한 짝이 매달려 있기도 하고, 맷돌 크기 정도의 치즈도 줄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이런 그쪽 지방의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나온 말씀입니다.

포도나무, 포도주, 당도, 쓸모없는 가지들에 대한 전지작업...
이런 표현들은 그쪽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일상적인 표현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사람들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가르침을 시작하실 때, 늘 청중들의 입장을 고려하셨습니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일들, 하고 있는 일들, 직면하는 구체적인 상황들로부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들 만족했습니다. 속이 시원했습니다.

포도농사를 지은 포도밭 주인에게 있어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요?
최대한의 수확을 거두는 일입니다.

그런데 풍성한 포도 수확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여기저기 많이 매달려있지만 제대로 열매 맺지 못하는 쓸모없는 포도나무나 의미 없이 붙어있는 가지들일 것입니다.

늦겨울이나 초봄, 전문 농사꾼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끈하게 전지작업을 해줍니다.

왜냐하면 쓸모없는 가지들, 붙어있어 봐야 일생에 도움이 안 됩니다.
당도만 떨어트립니다.
포도송이도 너무 왜소해져서 상품가치도 떨어집니다.
그럴 경우 차라리 과감하게 잘라내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렇게 잘라진 가지들이 트럭으로 몇 차나 됩니다.
어디 마땅히 쓸데도 없습니다.
한곳에 모아 불을 지릅니다.
보다 알찬 결실은 위해서.

농부에 의해서 잘려나가는 가지들을 떠올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잘려나가는 가지들은 어떤 가지들입니까?
무엇보다도 먼저 오래된 가지들입니다.
비록 오래된 가지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원줄기와의 원활한 수액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결실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잘려나갈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가지이면서 점차 원줄기와의 소통이 부족해진 가지들, 원줄기와 단절된 가지들은 날이 갈수록 시들어갑니다.
행여 결실을 맺는다하더라도 말라비틀어져 볼품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례 받은 지 오래 되었다고, 서원한지 벌써 10년이라고, 서품 받은 지 수 십년 되었다고 떠들 이유 하나도 없습니다.

하느님 앞에 세월, 나이, 연륜, 위치, 직책...너무 내세울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의 지속적인 소통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분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끊임없이 쇄신되고자 하는 열정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초심자의 마음을 유지하려는 노력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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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백광열

등록일2018-05-02

조회수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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