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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한국 교회의 추기경 서임 축하에 대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의 감사 메시지

[메시지] 한국 교회의 추기경 서임 축하에 대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의 감사 메시지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갈라 6,14)

 

 

  경애하올 한국의 모든 주교님과 신부님, 남녀 수도자님, 형제자매님과 국민 여러분!

  저의 추기경 서임을 기뻐하며 기도하고 축하해 주심에 머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이곳 바티칸까지 오시어 모든 서임식 일정을 함께해 주신 염수정 추기경님,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님, 정순택 대주교님, 김종수 주교님, 유덕현 아빠스님, 여러 신부님과 남녀 수도자님, 형제자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많은 공무 가운데에도 직접 찾아와 축하해 주신 정부와 국회 사절단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이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이었던 지난 5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부족함이 많은 저를 추기경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저는 그 당시 크로아티아를 순방하며 성모님 축제에 참석하고 그곳 사제들과의 만남과 신학교 방문 등의 일정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잠시 주일 개인 시간을 이용하여 자그레브의 높은 산에 자리한 성체를 모신 작은 경당에서 기도드리고 있었는데 교황님께서 20여 분 전에 새로운 추기경 서임을 발표하셨고 그 명단에 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하였던 급작스럽고도 당혹스러운 발표였기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워하던 제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크로아티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와 바티칸 성직자부에 출근하였더니 그곳의 모든 이가 꽃다발을 안겨 주고 다 함께 축하의 노래를 불러 준 뒤 “Congratulazione!”(축하합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저는 고맙다고 화답한 뒤 “Condoglianza!”(조의를 표합니다!)를 덧붙여야 한다고 응수했더니 이 말에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추기경의 직무를 잘 수행하려면 오직 하나의 길만 있을 뿐입니다. 바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고 죽는 길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추기경 서임식에서 교황님께서는 추기경들에게 ‘불’과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불은 모든 것을 타오르게 하는 ‘강렬함’과 모든 것을 따뜻하게 해 주는 ‘온기’의 이중적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교회를 위한 강한 열정과 더불어 인류를 감싸는 따뜻함이 새 추기경들의 마음 안에 동시에 작동하기를 요청하신 것입니다. 서임 축하 미사에서 교황님께서는 모든 일에 있어서 하느님의 구원 경륜이 드러내는 ‘놀라움’을 발견할 줄 아는 이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관료적인 기술이 아닌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진정한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아갈 때 발견하게 되는 하느님 현존의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증거하라는 당부였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듯 추기경은 교황님을 곁에서 가장 가까이 보좌하는 자문위원으로 ‘문짝의 축’과 같은 존재입니다. 문을 여닫으려면 문과 벽을 연결해 주는 축이 있어야 합니다. 추기경은 지상 교회의 중심에 계시는 교황님과 전 세계를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 중간 역할자입니다. 교회법이나 교회 문헌들이 ‘추기경’에 대하여 언급할 때 자주 동반되는 단어 가운데 ‘존엄’(Dignitas)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직위나 계급, 명예 등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음의 맥락에서 이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합니다. ‘존엄’과 ‘품위’, ‘권위’는 ‘문짝의 축’처럼 삐걱거리고 흔들리면서도 벽과 문을 단단히 연결해 주는 희생의 역할이자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때 주어지는 은총이며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추기경의 ‘품위와 존엄’은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전 인류를 위한 헌신적 사랑’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제가 교황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새삼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교황님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과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계신 분이시라는 사실입니다. 교황님께서는 하느님과 인류를 누구보다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고통을 겪게 됩니다. 

  추기경에 임명된 뒤 교황님을 개인 알현한 자리에서 저는 교황님께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잘 봉사하라는 하느님의 뜻이자 하느님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하느님과 교회, 인류의 모든 이를 더욱 사랑하는 ‘섬김의 도구’이자 하느님과 교회를 위하여 지치지 않는 열정과 온기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하느님의 불’이며, 늘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하느님의 현존과 구원을 체험하며 증거하는 주님의 종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마지막으로, 교황님의 건강과 더불어 교황님의 지향이 이루어지도록 끊임없이 기도해 주십시오.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대로(2022년 8월 24일, KBS 인터뷰) 남과 북이 ‘형제애’를 바탕으로 대화하고 화해하여 더불어 사는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다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합시다. 저에게 이와 관련한 역할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남과 북의 모든 형제자매와 한국 사회, 교회의 모든 분들을 늘 기억하며, 좋으신 아버지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이 언제나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장하신 우리 순교자들의 믿음과 삶이 온전히 일치하였듯이 저도 그분들을 닮은 후예로서 순교자들의 모범과 진정성으로 교회와 여러분께 봉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9월 1일 바티칸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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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신평본당 홍보

등록일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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